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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세계-뇌의 비밀] (14) 뇌 속의 또 다른 뇌 ‘사회적 뇌’ 인류 생존의 역사를 썼다


경향신문
‘싹싹해야만 했던’ 우리의 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종종 사회성에 대한 말을 듣는다.
“○○○는 참 붙임성 있어, 싹싹하고 잘 도와줘” “나는 사회성이 떨어지나봐, 숫기도 없고, 참 걱정이야” “□□□는 오지랖이 태평양이야” 등이다.
심리학자들은 중요한 두뇌 능력으로 IQ(지능지수), EQ(감성지수)와 함께 SQ(Social Intelligence Quotient·사회성 지수)를 꼽는다.
일상관계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동시에 적절히 판단해 행동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사회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인간의 사회성은 다른 동물의 사회성과 어떻게 다른가, 사회성의 진화적 기원은 어떻게 되며, 우리의 뇌와 사회성은 어떻게 관련되어 있을까. 지금부터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 보자. 사회성이란? 사전을 보면 사회성이란 둘 또는 그 이상의 개체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을 일컫는다.
사회성을 인간에 한정하면 ‘타인과 원만하게 상호작용하는 능력’ ‘다양한 사람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 정도가 될 것이다.
자연계 전체로 확장하면, 사회성은 대개 ‘같은 종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호작용’을 지칭한다.
협동, 이타적 행동, 짝짓기, 돌봄 행동뿐만 아니라 분노, 영역다툼, 의사소통까지도 포함된다.
1970년대 들어 미국의 하워드 에번스(Howard Evans), 찰스 미세너(Charles Michener),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과 같은 진화학자들은 번식 행동을 중심으로 사회성을 분류했다.
즉 부모의 자식에 대한 투자, 신구 세대의 거주지 공유, 자손에 대한 협동 돌봄, 번식 활동에 대한 분업 및 계급 분화, 그리고 성체 세대의 겹침 정도에 따라 동물의 사회성을 아사회성(Subsociality), 유사사회성(Parasociality), 진사회성(Eusociality) 등으로 구분한 것이다.
아사회성은 부모가 어린 자손을 일시적으로 돌보지만 자손은 성체가 되기 전에 부모 곁을 떠나는 물장군이나 몇몇 거미류에서 나타난다.
유사사회성 동물은 같은 세대의 개체들이 둥지를 같이 만들고 공동 육아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번식기에만 협동하는 몇몇 말벌이 속한다.
진사회성 동물은 개미나 벌 같은 곤충으로, 가장 발달한 사회성을 갖고 있다.
여왕은 알만 낳고 나머지 암컷 일꾼은 평생 자매를 키우면서 살아간다.
아프리카 사막에서 굴을 파고 살며 여왕 혼자 새끼를 낳아 무리를 유지하는 벌거숭이두더지쥐도 진사회성 동물에 속한다.
인간은 어떨까. 인간도 어린 자식을 극진히 돌보고, 자식 양육을 위해 협업 및 분업을 할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원래의 가족을 바로 떠나지 않는다.
진사회성의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한다.
하지만 인간은 뭔가 특별하거나 조금은 다른 존재일 것만 같다.
적어도 인간은 여왕개미나 여왕벌처럼 한 개체나 특정 계급의 개체만이 자손을 낳지 않는다.
자신의 번식권을 포기한 채 평생 자기 형제와 자매를 길러주는 매우 ‘이타적인 계급’이 인간 사회에선 존재하지 않는다(최근에는 사회경제 구조로 결혼 및 출산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인간의 사회성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지닌 개체 사이의 동맹과 협력이 빚어낸 진화의 산물이라는 견해가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해 여러 학자들이 오랫동안 해온 주장이다.
진화학자인 서울대 장대익 교수에 따르면 본능으로 똘똘 뭉친 개미나 벌의 사회성과 구분하여, 인간의 사회성은 각 개인의 진화된 인지 장치를 바탕으로 ‘집단적 지향성(collective intentionality)’을 보인다고 해서 ‘초사회성(ultrasocialit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회성과 뇌의 진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몇몇 동물 종이 사회성을 갖게 된 것은 상대적으로 큰 뇌를 갖게 되었기에 가능했다는 가설이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로빈 던바 교수 등이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뇌 가설’은 우리 인간이 크고 주름진 뇌(특히, 신피질)를 가진 이유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복잡한 인지 기능이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던바 교수가 쓴 <사회성>이라는 책에 더 자세한 설명이 있다). 너무 단순해 보이는 이 가설은 인간이나 영장류에서 사회적 관계망이 클수록 담당 뇌 영역(특히, 신피질)이 크다는 사실에 의해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영장류를 포함한 포유류와 조류의 경우 뇌 크기가 짝짓기 전략 등 번식 행동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 또한 가설을 뒷받침한다.
일부일처의 짝짓기 습성을 평생 유지하는 종이 난잡하게 짝짓기를 하는 종보다 상대적으로 뇌가 크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짝을 알아봐야 하고, 짝을 맺은 이후에도 배우자의 요구나 관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타협 및 배려해야 하는 동시에 다른 개체에 대해서는 배타성을 띠어야 하는 등 한마디로 ‘머리를 많이 써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꿀벌이나 말벌 등 진사회성 곤충도 고립되어 사는 종에 비해 인지 및 사회적 기능을 처리하는 뇌 영역이 더 크다.
뇌의 크기와 발달과정은 동물의 생활사와 관련이 있다.
특히 포유류의 뇌는 성장기에만 발달하기 때문에 뇌가 큰 동물은 성장기가 길 수밖에 없다.
미묘한 사회관계에서 파생되는 문제에 대해 뇌가 적절한 해결 방법을 배우려면 사회화 기간 또한 길어져야 한다.
인간이 어떠한 영장류보다도 사회화 기간이 길고,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뇌 발달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부모가 아기의 요구 신호를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고 적절히 반응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관련 뇌 영역 크기와 사회성 행동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부모의 돌봄 행동과 사회성 뇌 연구” 부모의 돌봄 행동은 자손의 뇌 발달뿐 아니라 자식의 사회성 행동을 규정짓는 데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수많은 종에 걸쳐 그 돌봄 행동이 연구되어 왔다.
특히 실험용 암컷 생쥐의 경우, 자손을 낳기 전의 둥지 짓기 행동부터, 새끼를 낳은 후 핥기·털고르기·젖먹이기 등 다양한 돌봄 행동을 보인다.
돌봄 행동은 개체마다 다르다.
어떤 암컷은 자식을 극진히 보살피고, 어떤 암컷은 크게 돌보지 않는다.
무서운 사실은 어미로부터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새끼가 성체가 되었을 때,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기억 및 학습 등 인지 능력이 크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상적으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암컷 자손은 자신의 자식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돌봄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암컷의 돌봄 행동은 암컷 자손을 통해 대대로 유전될 수 있다.
그렇다면 낳은 엄마가 더 중요할까, 길러준 엄마가 더 중요할까. 과학자들은 돌봄 행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어미를 돌봄 행동을 제대로 하는 계모로 바꿔주는 연구를 해보았다.
불성실한 어미가 낳은 암컷을 태어나자마자 성실한 계모에게로 옮겨주자, 그 암컷 자손은 정상적인 돌봄 행동을 보였다.
기억·학습 능력도 정상이었다.
반대로 성실한 엄마의 암컷 자손을 불성실한 계모에게서 자라게 하자, 그 자손의 돌봄 행동은 손상된다.
이는 암컷을 통해 유전되는 돌봄 행동이 단순히 유전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엄마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 어떤 요소를 통해 유전된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또한 돌봄 행동은 뇌에서 기억·학습 능력을 담당하거나 정서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마라는 부위의 활성 및 구조에 의존한다.
비정상적인 돌봄 행동을 보이는 어미에게서 자라난 암컷 자손은 해마의 활성이 크게 줄어 있다.
이는 돌봄 행동 결여에 의해 초래되는 정서 및 인지 결함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또한 돌봄 행동의 비유전적 유전 현상이 ‘해마 부위의 DNA 메틸화’라는 후성유전학적 기전으로 일어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지난번 글에서 소개한 후성유전학의 사례이기도 하다.
인간은 어떨까.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은 2016년 엄마의 보살핌을 충분히 받은 어린이들이 엄마의 지원을 덜 받은 어린이에 비해 학습과 기억 및 스트레스 반응과 연관된 해마가 더욱 왕성하게 발달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나이에 엄마의 보살핌이 중요하다.
3~6세에 엄마의 보살핌을 충분하게 받지 못한 아이들은 이후에 더 많은 보살핌과 지원을 받더라도 해마 부위가 상대적으로 충분히 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아버지의 돌봄 행동을 살펴보자. 영장류를 포함한 원숭이의 경우, 아버지의 돌봄 행동은 같은 종 또는 다른 종의 동물로부터 자식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인간은 음식 확보 및 가족 보호부터 자식의 사회화 및 윤리화까지 돌봄 행동의 영역이 다양하다.
원시인류에서 현생인류로 진화가 거듭될수록 자식에 대한 수컷·암컷의 책임 차이가 줄어든다.
이는 물자와 배우자에 대한 수컷 간의 직접 경쟁이 원시시대보다는 줄어들고 있고, 일부일처 결혼제도가 정착하면서 수컷이 자식에 대해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하버드대 연구팀은 서로 다른 짝짓기 습성(일부일처 대 난혼)을 갖고 있는 사슴쥐 두 종류를 이용해 연구한 결과 일부일처 습성을 가진 사슴쥐 종류의 수컷이 새끼를 더 잘 돌보고 돌봄 행동 역시 유전된다고 밝혔다.
혼술·혼밥 시대의 사회성 조현병, 주의력결핍과잉행동증후군(ADHD), 자폐증, 우울증 등 다양한 정서질환에서 사회성 손상은 가장 주요한 증상 중 하나다.
길게는 인류 두뇌의 진화, 짧게는 인간의 정서 및 인지와 깊게 관련되어 있는 인간의 사회성이 여러 뇌질환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다른 이들과 끈끈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런 서비스를 애용하는 청소년들은 각종 정서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과도한 소셜미디어 사용이 청소년 우울증 및 불안장애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뇌가 균형 있게 발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으며, 부모와 가족, 친구들과의 건강한 관계 속에서 자연스레 극복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미 혼밥·혼술·혼행 등 1인 문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를 새로운 사회문화로서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태곳적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싹싹하도록’ 내몰렸던 우리의 뇌가 이제는 디지털 환경에 맞춰 또 다른 사회성을 강요당하는 것만 같다.
▶필자 구자욱 어릴 적부터 곤충과 동물을 남달리 사랑해 <동물의 왕국>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를 빼놓지 않고 시청했으며, 지금도 자연 다큐멘터리를 굉장히 즐겨 본다.
서울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던 중, 바구밋과 벌레가 도토리의 크기를 재는 행동을 관찰한 것을 계기로 동물행동에 관한 신경과학에 뛰어들었다.
미국 예일대에서 행동신경과학 전공 심리학 박사 과정 시절부터 주로 정서와 인지 행동에 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은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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