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글로벌 아이] 전인대 취재 단상


중앙일보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1. 5일 아침, 어둑어둑할 때 집을 나섰는데도 천안문 광장 서쪽 인민대회당 앞은 이미 장사진이었다.
매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일에 펼쳐지는 광경이다.
구면인 카자흐스탄 기자가 인사를 해 왔다.
문득 질문거리가 떠올라 그에게 물었다.
“귀국의 대통령은 연임 제한이 없나” “원래는 있었는데 개헌을 해 초대 대통령에 한해서만 제한을 없앴다.
다음 대통령부터는 제한이 적용된다.
” 카자흐스탄은 옛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1991년부터 줄곧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집권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그가 ‘절친’이란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2015년 9월 열병식 때 천안문 망루에 오른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과 박근혜에 이은 상석을 배정받았다.
시 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처음 내놓은 것도 5년 전 카자흐스탄 방문길에서였다.
#2. 개헌안 표결이 예고된 11일 오후에도 기자들이 구름같이 인민대회당에 몰렸다.
반대표가 얼마나 나올지가 관심사였다.
“정녕 중국은 덩치 큰 북한이 되려 하나”는 등 개헌안 비판 의견이 인터넷에 심심찮게 올라왔기 때문이다.
회의장엔 28개의 투표함이 배치됐다.
그러나 꼭 있어야 할 기표소가 없었다.
자기 자리에 앉아 뭘 찍는지 옆 사람에게 훤히 보이는 가운데 기표를 했다.
투표용지를 접는 것도 금지됐다.
결과는 찬성 2958, 반대 2, 기권 3, 무효 1. ‘중국 특색의 투표’는 그렇게 끝났다.
#3. 12일 출근길, 대로변에 걸린 대형 포스터가 새삼스레 눈에 들어왔다.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즉 ‘부강·민주·문명·화해(和諧·조화)·자유·평등·공정·법치·애국·경업(敬業)·성신·우선(友善·우호)’의 12가지 단어를 큼직하게 쓴 것이다.
‘부강’이 ‘민주’보다 앞서는 게 약간 꺼림칙하지만 ‘자유민주주의 핵심 가치관’이라 바꿔 읽어도 무방한 내용이다.
서구식 자유민주주의가 절대선도 아니고, 사회주의라고 민주국가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하지만 백번을 양보해도 ‘중국 특색의 투표’만큼은 ‘민주’에 부합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마저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라고 할 참인가. 하긴 우리도 체육관 선거를 하며 ‘한국적 민주주의’를 강조하던 때가 있었다.
그걸 깨고 수식어가 필요 없는 보편적 민주주의를 쟁취한 게 대한민국의 민주화 아니었던가. 불현듯 떠오르는 게 있어 묵은 취재수첩을 꺼내 봤다.
“시 주석께서 민주적인 리더십과 함께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생태환경 발전과 같은 가치를 제시하신 것을 보면서 국민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을 잘 느낄 수 있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 말이다.
‘민주적 리더십’이란 ...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