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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중앙일보

김경희 정치부 기자

정치권이 미투 운동을 대하는 태도가 점입가경이다.
자유한국당은 요즘 진보진영에서 성추문이 터질 때마다 논평을 쏟아낸다.
11일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과 추미애 대표의 민주당을 ‘성추문 민주당’, ‘추문당’으로 부른다”며 언어유희를 써가며 비판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한 여성 사업가의 성추행 폭로에 “모르는 잘못이라도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다음 날이었다.
지난 한 주는 ‘민주당 잔혹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안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혀 온 정봉주 전 의원과 민 의원까지 줄줄이 성추문에 휩싸였다.
“(미투 운동을) 좀 더 가열차게 해 좌파들이 좀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바람이 이뤄지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취재일기 3/12<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진영논리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들의 진짜 목소리가 묻혀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당 의원의 한 여성 보좌진은 “보수진영이 미투에 진심을 갖고 동참하면 자연스레 민주당의 기세를 꺾을 기회도 생길 텐데 오히려 진영논리를 강조하니 망쳐버렸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미투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세력 때문에 피해자들은 또 입을 다물게 된다”고 말했다.
미투를 진영 논리에 적용시킨 건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피해를 폭로했을 때 한국당에 칼을 겨눴다.
당시 검사장으로서 안태근 검찰국장의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교일 한국당 의원을 향해 “발뺌만 하고 있는 최 의원은 너무 비겁하다(김현 대변인)”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이 이럴수록 서 검사의 폭로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야 했다.
민주당도 그간 ‘성누리당’이라고 비난하는데 앞장섰고, 결국 정치권이 달라진 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투 국면에서 정치권이 정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가 이중 삼중 고통받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힘을 다 써도 모자랄 판에 “누가 더 떳떳한지 겨뤄보자”는 건 너무 한가한 소리 아닌가. 이념을 떠나, 성별을 떠나 이 사태까지 오도록 방치한 것만으로도 떳떳한 사람은 없다.
어느 정당이 진정성을 갖고 해법을 모색하는지, 또 어느 정당이 선거 유불리만 따지느라 급급한지는 국민이 잘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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